오늘의 계획은 프놈쿨렌 산에 방문하여 어메이징 클리프/쿨렌 폭포/와불상을 구경하고, 캄퐁 플럭이라는 수상 마을에 방문하여 맹그로브 숲을 투어하기로 계획하였다. 이동은 어제 대여한 오토바이를 통해서 하기로 하였고 이동시간은 씨엠립~쿨렌산(1시간), 쿨렌산~캄퐁플럭(1시간), 캄퐁플럭~씨엠립(1시간)해서 총 3시간으로 잡았다.


숙소에서 놀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씨엠립 ~ 프놈쿨렌

씨엠립 시내쪽을 벗어나니 도로가 엄청 한적해졌다. 도로 양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운전이 심심하지 않았다.


프놈쿨렌 산에 가까워질 수록 점점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 구글 맵 상에서는 도착지에 거의 가까워졌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이런 관광지나 명소같은 곳 주변에 오면 외국인들이 하나 둘 보여야하는데, 외국인은 커녕 현지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는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인가 싶어서 쿨렌 산 매표소가 나올 떄 까지 계속 달렸다. 계속 가다가 이상해서 알아보니 내가 도착지를 잘못 설정한 것이었고, 다시 목적지를 재설정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 달릴수록 뭔가 점점 더 정글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후기에서 자연을 정말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어서, 원래 그런 곳인가보다 하고 일단은 계속 주행했다. 근데 가면 갈수록 길이 점점 좁아지다 못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야생에 가까운 곳이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대략 이런 느낌의 길이었다. 여기서 정말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면서 강도든 야생동물이든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오토바이 기름도 거의 바닥이 나서 부랴부랴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왔다. 너무 외진 곳이라 주변에 주유소도 찾기 힘들어서 정말 아찔했다.

그래도 다행히 근처에 주유소가 있어서 급하게 주유를 하고 일정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했다. 거의 2~3시간 정도를 길 헤매는 데 사용해서 시간이 어중간해져 버렸다. 정말 깊은 고민 끝에 그래도 쿨렌 산을 꼭 한번 보고는 싶어서 다시 한번 쿨렌 산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게 맞나..???



어메이징 클리프

다행히 이번에는 길을 잘 찾아서 무사히 쿨렌 산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티켓 가격은 1인당 20달러였다.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어메이징 클리프였다. 산길을 따라 10분정도만 올라가면 바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 딱 이 곳에 도착하고 경치를 본 순간 지금까지 고생했던 것들이 모두 잊혀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절벽 이름에 걸맞게 풍경이 어메이징 했다.


절벽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인데 너무 무서워서 이보다 더 앞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저렇게 절벽 끝에 서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있던데 정말 강심장인 것 같다.


봐도봐도 정말 아름다운 절벽이다.



1000개 링가 계곡

다음 목적지는 1000개 링가 계곡이다. 어메이징 클리프에서 15분정도 더 가면 볼 수 있다. 가는 길 경치가 정말 아름다워서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링가란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남성의 성기 상징물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 이라고 하며, 요니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이 곳 외에도 씨엠립 곳곳에서 링가와 요니 조각물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 곳에는 이러한 링가 조각이 무려 1000개나 물 속에 새겨져 있다.


프놈쿨렌 국립공원은 크메르의 첫 탄상지이자 수도였다고 하며, 여기서 솟아난 물줄기가 캄보디아 전 지역으로 흘러 내려간다고 한다.



프놈 쿨렌 폭포

1000개 링가 계곡을 간단히 둘러본 뒤, 프놈 쿨렌 폭포 쪽으로 향했다. 폭포는 1000개 링가 계곡 바로 앞 1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바이크를 주차해두고 걸어서 다녀왔다. 폭포로 가는 길은 계곡처럼 놀 수 있게 잘 조성이 되어 있고, 수영복 대여 및 탈의실 사용 등이 가능했다. 실제로 계곡에서 놀고 있는 외국인도 많았다.


이 계곡을 따라서 계속 걷다보면 첫 번째 폭포가 나온다.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서 실망했는데 이 폭포는 작은 폭포이고, 계단을 내려가면 진짜 폭포가 있다.


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경사가 매우 급해서 물에 젖은 상태로 내려가면 위험할 것 같았다.


계단을 타고 조금 내려가다 보면 멀리서 폭포가 보인다. 멀리서 보기에도 위에서 봤던 폭포와는 다르게 규모가 정말 커보였다.


가까이에서 본 폭포는 정말 경이로웠다. 제주도에서 천지연 폭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거의 천지연의 2배규모였다. 폭포 물살이 너무 세서 근처에 서있기만 해도 몸이 젖을 정도이다. 폭포 아래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도 탈의실과 짐 보관함이 있고, 수심도 그렇게 깊지 않아보여서 수영하기 좋아보였다. 나도 물에 정말 들어가고 싶었지만 뒷처리 하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폭포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정말 아름다운 폭포였다.



프레아 앙 톰 파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위를 깎아 만든 와불상으로 유명한 프놈쿨렌 파고다이다. 와불상으로 가는 길에는 다양한 힌두교 장식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사원을 오르다보면 부처님 발바닥 자국도 볼 수 있었다. 소정의 현금을 이 곳에 던져 넣는데, 앞면이 나오냐 뒷면이 나오냐로 무언가 운세를 점치는 것 같았다.


이 사원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많이 있다. 꼭대기에 있는 와불상도 이러한 거대 바위를 조각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사원 꼭대기 거대한 바위 옆에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하나 있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와불상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실제로 본 와불상은 정말 거대했다. 카메라로 한번에 찍을수가 없을 정도로 크고 길어서 광각으로 겨우겨우 찍었다.


지금 보이는 이 거대한 바위 꼭대기를 깎아서 와불상을 만들고 그 곳에 간이 막사를 지어놓은 구조이다. 카메라에는 잘 안담겼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거대한 바위이다. 이 바위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더 신기했다.


이 사원을 끝으로 쿨렌 산에서 하산했다. 정말 멋진곳. 자연 경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필수 코스인 것 같다.


하신길에 찍은 사진. 경치가 엄청 아름답다.



프놈쿨렌 ~ 캄퐁플럭

프놈쿨렌에서 캄퐁플럭까지 약 50분정도를 달리고 있을 떄였다. 갑자기 캄보디아 경찰이 내가 가는 길을 막아섰다. 캄퐁플럭까지는 20분정도 거리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서 더 들어가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입해야한다고 했다. 캄퐁플럭에서 티켓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나는 단지 캄퐁플럭만 구경할 거라고 얘기했으나 그래도 이 길을 지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티켓이 있어야한다고 했다. 가이드를 동반하여 다른 외국인들과 같이 투어를 하면 20달러, 그렇지 않고 내가 직접 바이크를 운전(가이드 없음)해서 캄퐁플럭까지 들어가는 건 30달러라고 했다. 뭔가 인원 맞추기 식으로 끼워파는 것 같았지만, 10달러도 아끼고 가이드 투어도 한 번 해볼 겸 20달러를 내고 가이드 티켓을 구매했다. 바이크는 티켓 카운터에 주차한 뒤, 외국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캄퐁플럭으로 향했다.


수상마을인 캄퐁플럭까지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버스에서 배로 갈아타야 한다. 미리 준비된 배로 갈아타고 톤레삽 호수 쪽으로 다시 한참을 들어갔다.


배로 계속 들어가다보니 멀리서 수상마을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뭔가 신기하면서도 오싹한 느낌? 건물 분위기가 되게 오묘했다. 내가 여행한 1월은 건기여서 배에서 내려 수상마을을 걸어다녀볼 수 있었다. 마을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약 50분정도 가이드분과 함께 마을 투어를 했다.



캄퐁플럭 마을 투어

마을에는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매우 화려했다. 이 사원이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건기에 바라본 캄퐁 플럭 마을의 전경. 매우 한적하고 마을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기 수상마을 건물들은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기때는 마을 주민들이 1층으로 내려와 생활하고 우기가 되면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생활한다고 한다. 건기때는 바이크를 타고 다니고 우기가 되면 바이크는 2층에 올린 뒤, 1층에 정박해 놓았던 배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장작을 사용하고, 주변 주유소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위스키 병에 기름을 담아 판매한다고 한다.


캄퐁플럭 마을에 딱 하나 있는 교회이다. 우리나라에서 온 선교사 분이 목사님으로 계시고, 성격이 매우 젠틀하시다고 한다.


우기가 되면 저기까지 물이 차오른다고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님.


로컬 피플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


이 곳 아이들은 매우 순박하고 즐거워 보였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줬는데 다들 엄청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뭔가 부럽기도 했다.


맹그로브 숲 투어

50분정도의 마을 투어를 마치고, 맹그로브 숲을 투어하기 위해 다시 배에 탑승하여 톤레삽 호수 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 여기서 다시 더 작은 배로 갈아탔다. 하나에 배에는 총 2명의 인원이 탑승하고, 2명당 11달러를 지불한다. 나는 혼자 온 노르웨이 외국인과 같이 배에 탑승하게 되었다.


맹그로브 숲의 전경이다. 물 위에 나무들이 빽뺵하게 자라나서 숲을 이루고 있는 게 정말 신기했다. 맹그로브 숲 투어는 20분정도 진행되었다. 숲 속은 정말 고요하고 몽환적이었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톤레삽 호수 선셋 투어

맹그로브 숲에서 나와 일몰을 보기 위해 톤레삽 호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톤레삽 호수를 보고 있으면 마치 호수가 아니라 바다에 나와있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호수 면적이 제주도의 1.5배라고 하며, 톤레삽이라는 이름도 ‘거대한 호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톤레삽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식당에 정박했다. 일몰까지는 시간이 아직 좀 남아있기도 하고, 이 날 밥을 한 끼도 안먹어서 일단 식사를 주문했다. 메뉴 중에는 뱀 요리와 악어 요리도 있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차마 먹어보진 못했다.


식당에는 귀여운 마스코트도 있었다. 여기까지 배를 타고 같이 들어온걸까? 나한테서 맛있는 냄새가 났는지 옆에 한참 붙어있었다.


식사는 캄보디아 전통 커리 아목과 돼지고기 튀김을 시켰다. 그리고 앙코르 맥주도 같이 주문했는데, 이 맥주가 정말 맛있다. 살짝 카라멜 맛도 나면서 맥주보다는 음료수에 더 가까운 맛이 난다.


해가 점점 지기 시작했다. 많은 배들이 일몰을 보기 좋은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유명한 해변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 정말 아름다운 일몰이었다.


톤레삽 호수의 선셋은 약 20분정도 감상할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해가 지고 나니 주변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투어했던 외국인은 모두 씨엠립의 같은 호텔에서 온 외국인들이어서 버스로 쭉 씨엠립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운전해서 왔기 때문에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알아서 돌아가야 한다.



캄퐁플럭 ~ 씨엠립

정말 가로등 하나 없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는데, 갑자기 데이터가 먹통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있는 곳이 시골 마을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오토바이가 있던 곳까지 와도 데이터가 작동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버스는 떠나고 나 혼자 남겨졌는데 설상가상으로 오토바이의 램프까지 고장이 나버렸다. 길은 어둡고 깜깜한데 오토바이 라이트는 고장났고, 데이터도 먹통이어서 길을 찾아갈 수도 없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일단 침착하게 멀리 보이는 자동차 불빛을 따라가보기로 하였다. 어디로 가는 자동차인지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지금 이 시간에 출발하는 자동차는 선셋을 구경하고 씨엠립으로 돌아가는 차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캄퐁 플럭에서 씨엠립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이기 떄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도로에도 가로등이 없었기 때문에 차에 치이지 않기 위해서는 앞 차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야 했다.

그렇게 앞 차를 무작정 따라간 지 얼마나 흘렀을까 익숙한 풍경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앞 차는 씨엠립으로 향하는 차가 맞았고, 나도 무사히 씨엠립 시내까지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씨엠립 시내는 많이 돌아다녀 봤기 떄문에 길을 잘 알고 있어서 숙소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숙소에 도착할 떄까지 결국 데이터는 켜지지 않았다. 휴대폰 전원을 완전히 껐다 켜고 나서야 다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참 아침부터 다사다난한 하루였던 것 같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군대에서 철야 훈련 끝나고 생활관 침대에 누운 느낌이 나면서 정말 행복했다. 많이 힘든 하루였지만 그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



남은 여행 포스팅은 글은 다 썼는데 사진 고르기가 너무 힘들어서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다 올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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